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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탈출 (2)그래서 카나리아를 죽이고 칼을 침실로 가지고 오 덧글 0 | 조회 319 | 2021-04-19 13:20:33
서동연  
8. 탈출 (2)그래서 카나리아를 죽이고 칼을 침실로 가지고 오고. 그래. 남편은 정신병자다. 분명하다. 이젠 더 이상 생각할 것도 없다.아기야. 너. 너.그이는 나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해준 적이 없었지만 그이의 우울한 안색이나 어쩌다가 술을 마셨을 때나 밤 늦게 전화할 때에 가끔씩 새어나오는 몇 마디의 말로 그 정도는 다 눈치를 챌 수 있었다. 별반 예쁘거나 특이 할 것도 없고, 학벌이 좋거나 특별한 재주가 있는 것도 아니며, 무엇보다도 그야말로 혈혈단신인 며느리를 탐탁하게 여기는 시어머니는 없을 것이었다.그리고 펜과 트레이싱지와 그리고 배게와. 손에 닿는 것을 모두 집어 던졌다.여. 여보!독이 오른 고양이처럼 내 눈꼬리가 위로 치켜져 올라가는 것이 느낌으로 쏘아져 왔다. 남의 일처럼. 소파를 움켜 쥔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자 소파가 약간 기른 내 손톱에 눌려 투투툭 찢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숨이 가빠오며 입에서 단내가 난다. 차라리 모든 것을 잊고 쓰러져 눕고만 싶었다.그리고 베개를 원래 자리로 돌려 놓고 펜을 주워 책상에 놓았다. 아, 문이 열리는 소리! 남편은 열쇠를 가지고 다녔었다.거짓말! 거짓말!!! 믿을 수가 없다. 발목이 심하게 다친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렇지만 요즈음 같이 의학이 발달한 세상에서 고작 그 정도의 상처를 가지고 절단 수술을 하다니! 그건 말이 되지 않는다! 이건 뭔가 음모가 있어! 분명히 이건.며칠 전, 날씨가 몹시 추웠던 날, 우리집 카나리아가 죽었다.너였구나! 너! 너!4. 현재 하이텔 고전음학 동호회의 대표로 있을 만큼 고전음악에 관한 조예도 깊다.2. 논쟁나는 그런 남편의 눈을 본 적이 없었다. 마치 나를 죽이기라도 할 것 같은 눈매. 남편이 말했다. 음산한 목소리.남편은 말했다. 나는 그러지 않아 라고.으아아앗!그 눈빛! 그 눈빛 한 번 때문에 세상은 뒤집혀져버렸다.죽은 새를 툭 떨어뜨렸다. 그러나 다시 집을 생각은 나지 않는다. 가만, 가만히 생각해보자. 전번에 죽은 새를 보고 내가 왜 죽었냐고 물었을 때, 남편은몰라서
성숙이. 성숙이의 입이 천천히 닫혀지면서 그 아이의 얼굴에도 지금의 남편과 비슷한 기운이 감돌았었다. 천천히. 아니, 빨랐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너무나도 천천히. 그 입은 닫혀졌고, 그 아이의 눈에는 푸른 불꽃 같은 것마저도 번득였었다.짧은 시간, 그러나 너무도 긴 시간이었다. 나의 입에서 말이 마쳐지고, 남편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던 그 짧은 사이에 지나간 생각들. 나는 과거의 그 순간에 어떤 말을 했던가? 그것, 그것만이라도 생각해 낼 수 있다면.얼마나 울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꿈을 꾼 것일까? 잠이 들었던 것일까? 아니 잠. 그것 좋다. 영원히 깨지 말았으면. 계속 잘 수 있었으면.아. 다. 당신.것이다.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연필로 내가 내 팔을 찔러대는 것은 주사보다 더 아팠다. 무엇보다도 시간이 오래 걸렸고, 용기가 필요 했다. 이 정도면 될까? 아니, 왕주사라던데. 너무 작아. 더 크게. 의심받지 않게 더 크게. 아팠다. 그래도. 그래도. 용기를 내어 연필을 힘있게 쿡 찌르자 이번에는 정말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따가웠다.그런 것과 싸운다면 얼마나 끔찍한 일일까? 남편의 몸이 내 위로 굽혀진다. 따스하고 단단한 감촉. 기분 좋은 나른함으로 남편의 손길을 가만히 받아주자. 남편의 손길은 절대로 거칠어지지 않는다. 몹시 마음이 약한 사람. 아아.어느새 괴물이 내 뒤로 성큼 다가오고 있다. 주변은 어둠에서 붉은 핏빛으로 가득하다. 괴물의 대가리들은 시뻘건 안개를 입에서 토해내고 있다.이크. 이건 아니다. 실수. 경비원의 눈빛이 야릇해진다. 내 얼굴을 잘 모르는 것 같다는 표정.안 돼!여보. 도대체 왜?비록 눈에 잘 보이지 않더라도, 그어진 선들과 다른 방향에 있는 선의 자취를 따라 이으면, 밑에 있는 그림의 윤곽을 밝혀낼 수 있는 법이었다.아 부축을 좀 음.조금씩. 조금씩 가지고 놀려는 것일까? 아주 조금씩 갉아내고, 살을 발라내고. 아아. 내가왜 이런 생각을! 생각하기 싫어! 무서워서 더 이상 견딜 수가 없다.왜 우스울까. 비명을 지르고 발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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